제 장인어른 돌아가신 달이 3월이라 문득 살아계실 때의 모습이 눈에 아른거립니다. 장인어른 돌아가시고 이듬해에 장모님이 돌아가셨습니다. 문득 그때 조문을 치르고 조문객 분들게 어떤 감사의 문자를 보냈나 싶어 찾아봤습니다. 상주로 있으면서 장례문화에 대해 찾아보고 생각한 내용이라 공부가 될 것 같아 다시 정리해 올려봅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일독을 권합니다.
[먼저 장인상을 치르고]
저의 장인어른께서 양력 3월 11일 소천(召天)하셨습니다.
제 자신 조문객으로는 셀 수 없이 다녀봤지만 양가 집안에서 일어나는 조사(弔詞)로는 처음 맞는 일이라 많이 당황스러웠습니다. 더군다나 하루 30만 명이 넘는 코로나 확진으로 화장터는 제날짜에 예약이 어렵고 장례식장 또한 구하는데 애를 먹어 뜻하지 않게 5일 장례를 치르게 되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맏상주는 코로나 확진자가 되어 자가격리로, 장례가 진행되고 삼 일째가 되어서야 비로소 빈소를 지킬 수 있었으니 고약한 코로나가 많은 장례문화를 변화시켜 놓았습니다. 그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가족 모두의 지혜와 많은 內조문객 및 外조문객 분들께서 마음을 모아 주셔 장인어른을 잘 보내드릴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 직접 조사를 겪으며 며칠 빈소를 지키다 보니 장인의 영정사진 아래 놓여 있는 혼백함(魂魄函)을 보며 혼백에 대해 잠시 생각해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A4 정도 사이즈도 안되는 혼백함을 열어보면, 가운데 망자의 신위(神位)를 오색실로 꼬아 동심결(同心結)로 묶여 있고 좌우에 현훈(玄纁,검은 비단과 붉은 비단)의 예단이 놓여 있는데, 이는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는 옷 한 벌을 뜻하는 거라고 하니 인생 참 덧없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너무나 많은 분들이 조문해 주시고 마음 써 주셔서 하루하루 열심히 뭔가 소중한 사람으로 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앞으로 저에게도 대소사에 기회를 주신다면 미력하나마 성심을 다하겠습니다. 대단히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 장천 김성태 哭拜
[다음은 장모상을 치르고]
장모상을 치르고 올라오면서 몇 자 적은 글입니다. 저의 장모상에 마음을 보태주셔서 두 손 모아 고갤 숙입니다. 고인이 작고한 후 빈소를 꾸리고 다음 날 염습을 한 후 가족들을 불러놓고 입관식을 합니다. 이때까진 의복의 한쪽 소매를 입지 않고 지내다 입관을 한 후 상주들이 정식으로 의복을 갖춰 입고 제사를 지내는 행위를 성복제(成服祭)라 합니다. 지금은 검정색 정장을 입기 때문에 편의상 소매 한쪽을 걸치지 않는 행위를 안 하지만 거친 삼베옷을 입고 장례를 지냈던 예전에는 그렇게들 많이 했습니다. 아마 안동같은 지역은 아직도 상복 소매 한쪽을 입관 전까지 입지 않고 지내는 집안이 조금은 남아 있을 겁니다. 근데 이 성복제에는 그러한 행위 외에도 망자가 저승에 당도했다고 처음으로 제를 지내는, 말하자면 저승 신고식을 하는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그 말을 장례지도사에게서 들으니 이승에서의 끝은 83세로 막을 내렸지만 저승에서의 시작은 1세가 되는구나, 생각이 들어 떠나시는 장모님을 새로 태어난 신생으로 보아 좀 더 기쁘게 보내드릴 수 있었습니다.
다음날 발인을 하고 화장을 해 납골당에 모시고 평토제(平土祭)를 지냅니다. 평토제는 사실 예전처럼 시신을 묻고 땅을 평평하게 다진 다음 지내는 제사입니다. 하지만 요즘은 대부분 납골당에 모시니 엄밀히 따지면 납골제(納骨祭)라 칭해야 옳습니다. 암튼 거두절미하고 장례문화가 바뀌니 제사풍습 또한 변하는 것 같습니다.
이미 우리나라 장례문화는 나와 가족, 친지, 가까운 이웃이 함께하는 행위로 바뀌었으니 같이한 모든 분들이 너무나 소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큰 감사함을 어찌 잊어버릴 수 있겠습니까. 앞으로 두고두고 갚으며 살겠습니다. 귀댁의 애경사에도 마음을 보태겠습니다. 제가 보낸 이번 축제(祝祭)에 함께 한 모든 분들의 덕으로 잘 마무리 할 수 있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장천 김성태 大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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