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한번 언급을 한 적이 있습니다만 경주 불국사 대웅전(大雄殿) 편액(扁額)과 칠곡 송림사 대웅전(大雄殿) 편액(扁額) , 그리고 속리산 법주사 대웅보전(大雄寶殿) 편액(扁額) 글씨가 똑같습니다. 다만 속리산 법주사 '大雄寶殿'만 "寶"자가 더 있습니다.
이번 국립경주박물관대학 특강에서 경주분들을 위해 이 부분에 대한 설명을 서비스로 해 드렸습니다.
그렇다면 복사기도 없던 시절에 어떻게 동일한 서체의 편액(扁額)이 가능 했을까요. 그리고 이 글씨는 누가 썼길래 아니면 얼마나 잘 썼길래 같은 글씨가 세 곳에 붙어 있을까요.
조선초기 이전에 만들어진 사찰들은 대부분 임진왜란과 정유재란때 많이 소실됩니다. 그리하여 17세기에 다시 중창이 되기 시작하는데, 이 세 사찰도 마찬가지로 임란과 정란때 불에 타 소실됩니다.
#불국사 는 창건은 528년, 대웅전은 1592년 임진왜란때 불타 1659년 중건, 1765년 재건되었고,
#송림사 는 창건은 544년, 대웅전은 1597년 정유재란때 소실된 것을 1657년 중건하였고, 그 후 1755년과 1850년에 중수하였습니다.
#법주사 는 553년 창건, 1597년 불에 타서 소실되었고 1647년에 새로 지었습니다.
여기에서 알 수 있듯이 법주사가 온전한 모습으로는 가장 빠른 1647년 중창하게 됩니다. 다른 두 사찰은 온전하게 완성된 게 1차 중수 후 약 100여 년이 지나게 됩니다. 송림사가 1755년, 불국사는 1765년.
"대웅보전" 편액 글씨는 숙종의 글입니다. 숙종(肅宗, 1661-1720), 재위 (1674-1720) 년간에 써서 사액(賜額) 하였고, 사액한 곳은 바로 속리산 법주사입니다. 그리고 이후 중수된 송림사와 불국사 "대웅전"은 "寶"를 뺀 "대웅전"을 걸게 됩니다. 그렇다면 왜 두 사찰은 '寶'를 뺀 '大雄殿'만 걸게 되었을까요.
사실상 제가 조사한 바로는 대웅전(大雄殿)에 '보(寶)'를 넣어 높여 칭한 가장 이른 시기가 숙종이 내린 법주사 '대웅보전(大雄寶殿)' 입니다. 그 전에는 현재로선 보이지 않습니다. 숙종이 사액한 이후로는 전국 사찰에서 '보(寶)' 가 들어간 '대웅보전(大雄寶殿)'으로 명명된 편액이 많이 보입니다. 이유는 '보(寶)'는 임금만 사용하였기 때문입니다. 임금의 옥새에는 '보(寶)'가 들어갑니다. 그런 임금이 법주사 대웅보전(大雄寶殿)을 사액하면서 임금과 동일한 '보(寶)'를 넣었기 때문에 그 이후로 대웅전은 대웅보전으로 높여 부를 수 있었고 편액으로 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경주 불국사 대웅전(大雄殿)과 칠곡 송림사 대웅전(大雄殿)이 숙종의 사액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었던 건 바로 '보(寶)'를 뺐기 때문입니다. 임금이 법주사 대웅보전에 내린 사액을 그대로 쓴다면 불충(不忠)이기에 '보(寶)'를 빼고 썼던 거지요. 그렇다면 어떻게 복사기도 없던 시절에 같은 글씨체를 사용할 수 있었냐면, 그건 통일신라 시기부터 유행해 온 쌍구진묵법(雙鉤塡墨法)이 발달하였기 때문입니다. ' '쌍구진묵(雙鉤塡墨)'은 안이 비치는 앏은 종이를 원본 글씨 위에 올려 놓고, 연필이나 아주 작은 세필(細筆)로 윤곽선을 따라 그리고 그 안에 먹을 채워넣는 방식입니다. 이를 통해 복사의 기능이 가능해졌고, 이러한 같은 글씨의 편액이 여러 곳에 걸릴 수 있었으며, '집자비(集字碑)'가 등장할 수 있었던 겁니다. 참고로 현재 나타나는 우리나라 최초의 집자비는 801년 왕희지의 서체를 그대로 집자한 <무장사아미타여래조상기비(鍪藏寺阿彌陀如來造像記碑)>입니다.
같은 글씨의 '대웅전' 편액을 비교하다보니 얘기가 좀 길어졌습니다. 우리나라에 보물급 이상의 '대웅전'이 20여 개가 넘습니다. 시간이 나는대로 대웅전 편액을 조금씩 연구하고 있는데, 정리가 되면 또 한번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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