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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으로 배우는 캘리그라피

캘리그라피의 정의와 이해

by 장천 2022.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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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그라피의 정의와 이해

 

요즘은 다들 컴퓨터나 휴대폰 키보드를 이용해 글씨를 입력하기 때문에 손글씨를 쓸 일이 별로 없다. 그래서 손글씨 쓰는 걸 취미로 삼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손글씨를 흔히 캘리그라피(calligraphy)’라고 하는데, 캘리그라피는 그리스어 칼리그라피아(kalligraphia)’에서 유래된 단어로, 단순히 손글씨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손으로 아름답게 쓴 글씨체를 의미하기도 하고, 글자를 아름답게 쓰는 기술을 의미하기도 한다. 이러한 캘리그라피 작업을 하는 작가들을 통상 캘리그라퍼(calligrapher)’, 혹은 캘리그라피스트(calligraphist)’ 또는 캘리그라피 디자이너 (calligraphy designer)’라고 부른다.

 

캘리그라피는 때로는 직접 쓴 글씨에 장식을 넣어 글씨를 좀 더 화려하게 만들므로 레터링과 혼동될 때도 있으나 직접 쓴다는 의미에서 보면 충분히 구분할 수 있는 영역이다. 자와 컴퍼스 등을 사용하여 그리는 레터링이나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디자인해서 만드는 폰트와 같은 타이포그라피와는 달리, 캘리그라피는 손으로 직접 써서 표현한다. 다시 정리해보면, 캘리그라피는 쓰기와 관련된 시각예술의 한 형식으로 펜이나 붓과 같은 도구의 움직임을 통해 만들어진 디자인이다.

 

과거에는 캘리그라피가 언어에 대한 표현방법으로서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면, 현대에 와서는 조화롭고 솜씨있는 표현력을 가진 예술적인 시각형식으로 전개되며 인간의 솜씨와 어떠한 매체를 활용하여 만들어낸 글씨가 하나의 미적인 형식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좀 더 단적으로 말해 지금의 캘리그라피는 컴퓨터와 만나 화려한 옷이 입혀진다. 아름다운 색감과 그림이 들어가고, 달콤한 음악이 깔리며, 심지어 글자 하나하나가 움직이며 춤추기까지 한다.

 

 

정형화된 서예의 틀을 넘어선 캘리그라피

 

서양에서 사용된 캘리그라피란 용어는 20세기까지만 해도 한국을 비롯한 동양문화권에서는 서예라는 한정된 영역에 속한 시각예술이었다. 그러나 21세기에 접어들면서 IT의 발전은 대학에서 서예를 전공한 전문 서예인들을 디자인시장으로 나오게 했고, 그들에 의해 정형화된 서예의 틀을 넘어 다양한 표현양식으로 발전하며 자연히 서예라는 용어 대신 캘리그라피란 용어가 사용되었다.

참고로 서예(書藝)라는 말은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되고, 정부에서 처음 실시한 미술전람회에 다른 미술품과 함께 글씨 부문이 참여하면서 그동안 일본인들이 부르던 서도(書道)’라는 말 대신 독자적으로 붙인 명칭이다. 중국에서는 서법(書法)’이라고 부른다.

사실 한국에서 캘리그라피란 용어가 21세기에 들어 처음 사용되었던 것은 아니다. 그 이전에도 대외적으로 서예를 알리려는 개인이나 단체는 캘리그라피란 영문을 사용해 홍보했다. 1989년도에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생긴 원광대학교 서예과의 영문 표기 역시 ‘The Department of Calligraphy’.

그렇다고 캘리그라피라는 용어가 서예라는 용어를 제쳐두고 뚝 딱하고 나타난 것은 아니다. 1990년대에 들어와서 전통적인 기법을 고수하는 서예의 영역에 염증을 느낀 작가들이 현대서예 (contemporary calligraphy)’라는 이름으로 활동을 했는데, 그 대표적인 전시가 <’92 SEOUL국제현대서예전(’92 INTERNATIONAL CONTEMPORARY CALLIGRAPHY EXHIBITION)>이다.

이 전시는 8개 국에서 선정한 77명의 작가가 한자리에 모인 대규모 국제전이었다. 여기엔 서예의 형식을 그대로 갖춘 작가도 몇몇 있었으나 대부분은 기존 서예의 정형화된 틀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그 유형은 대략 세 가지다.

하나는 단어를 해체시켜 가독성과는 거리가 먼 회화적 요소로 접근하는 유형이고, 또 다른 유형은 문방사우에 국한되었던 재료를 보다 다양하게 사용해 그 표현을 형상화시키는 것이었다. 나머지 하나는 철근이나 나무조각, 한지 등을 이용해 입체적인 형태로 만드는 방법인데, 여러 단어나 철자들이 뒤섞여 하나의 조형물로 탄생되었다.

이러한 현대서예가 지금의 캘리그라피와 다른 점은 다른 메커니즘과 융합하지 않으며, 철저히 상업적인 것을 배척한다는 점이다. 이들은 순수창작미술이라는 예술적 가치를 이면에 깔고 작업한다.

199912월 대망의 2000년도를 7일 남겨놓고, 서예가 250명 이 참여한 <한국서예 뉴밀레니엄전(New Millennium Exhibition of Korean Calligraphy)>이라는 대규모 전시가 예술의전당 서예관에서 열렸다.

서예과 출신의 작가와 한국서예 3단체(한국미술협회, 한국서예협회, 한국서가협회)의 대표 작가들이 두루 모인 전시로 라석 손병철(전 물파스페이스관장)이 기획했는데, 20세기 한국서단의 서예 흐름을 살필 수 있는 현장이었다는 점에서 매우 뜻깊은 전시였다. 이 전시에 출품된 작품 중에는 요즘 캘리그라피 전시에 출품해도 자연스러운 것들이 보이는데, 대표적으로 김선기의 ’, 김응학의 ’, 김종문의 ’, 심응섭의 ’, 우성화의 예술과 눈물등이 그러 했다. 이러한 일련의 노력들이 전개되어 오면서 지금의 캘리그라피가 자연스럽게 탄생되었다.

 

김선기, 숲 45x40

 

김응학, 無 35x35

 

김종문, 춤 110x70

 

심응섭, 효 66x62

 

우성화, 예술과 눈물 80x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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