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붓으로 배우는 캘리그라피

서양 캘리그라피의 역사

by 장천 2022.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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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그라피의시작

 

캘리그라피(Calligraphy)’라는 용어는 기욤 아폴리네르(Guillaume Apollinaire, 1880- 1919)가 처음 사용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는 1918년 자신의 시집 제목을 calli(아름답다)gramme(형태,글자)를 합성한 아름다운 상형글자란 의미를 가진 캘리그램 (Calligrammes)’이라 붙였다.

 

그림처럼 표현한 기욤 아폴리네르의 시

 

하지만 캘리그라피의 역사는 훨씬 더 이전부터 시작되었다고 볼 수 있다. 문자가 존재하지 않았던 구석기시대 동굴벽화에 나타난 그림이 그 시초였다. 이후 BC 3600년경 이집트에서 상형문자가 만들어졌고, BC 1000년경 페니키아인들이 만든 페니키아 문자가 지중해 연안 여러 곳으로 전파되면서 그리스 알파벳으로 진화했다. 그리고 BC 600년경 로마 라틴어 필사본에서 캘리그라피의 흔적이 드러난다. 비석 등에 새겨진 문자와 벽에 쓰여진 문자, 일상에서 사용된 필기체 등에서도 캘리그라피를 찾아볼 수 있다.

 

페니키아 문자

 

중세 카롤링거 왕조(751-987) 시기에는 보다 표준화된 필사본 이 수도원을 중심으로 제작되었다. 투르의 성 마르티노 주교의 필사본은 황제가 인정하는 모범적인 것으로 카롤링거 필사본(the Caroline)’이라 불렸다. 강력한 통치력을 자랑하던 카롤링거 왕조의 필사본은 인접 왕국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보이며 이용되었다.

 

카롤링거 복음서

 

11세기에 들어 고딕 필사본이 발전하면서 고딕 캘리그라피 양식이 전 유럽에 전파되었다. 고딕 캘리그라피는 1454년 독일에서 구텐베르크에 의해 최초의 인쇄술이 개발되고 최초의 활자체로 만들어졌다. 영국의 맘스베리 수도원(Malmebury Abbey)에 보관 중인, 1407년 벨기에의 제라드 브릴스(Gerard Brils)에 의해 제작된 라틴 성경은 당시 캘리그라피의 중요한 사료 가치를 지니고 있다.

 

라틴성경, 1407

 

14세기와 15세기의 대표적인 서체로는 프랑스와 독일에서 주로 사용된 고딕 바스타드(Bastard)’가 있다. 이 서체는 서책을 엮어내기에 용이하게 단순화된 모양으로 디자인되었다. 최초의 바스타르다는 구텐베르크가 만들었고, 프랑스나 이탈리아, 벨기에, 영국 등에서 사용되었다. 하지만 16세기 중반 중세 문명에 대한 반감이 나타나 인문 주의자들은 바스타르다 서체를 멀리하면서 독일에서 개발된 프락 투어(Frakture)’ 서체가 20세기 중반까지 널리 사용되었다.

 

바스타르다 서체, 1799

 

프락투어 서체, 1800

 

20세기캘리그라피작가들

 

19세기 말 윌리엄 모리스(William Morris)와 그의 추종자들이 전개했던 미술공예운동은 대량생산 방식이 아닌 중세적 수공예로의 복귀를 주장했고, 이는 수많은 캘리그라퍼에게 영향을 주었다. 에드워드 존스턴(Edward Jonston, 1892-1944) 같은 계몽주의자는 10세기의 필사본에 관심을 가졌다. 그는 영국의 캘리그라피에 관해 주목하게 했고, 자신의 후계자들에게도 새로운 관심을 환기시켰다. 1916년 지하철 사인 시스템을 위해 디자인한 서체는 그래픽 디자 인과 타이포그래피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1921Society of Scribes & Illuminators를 조직하여 캘리그라피 예술의 발전에 헌신하였다. 또한 존스턴은 Central School of Arts and Crafts에서 강의를 했으며, 그의 서체는 르네상스 휴머니스트 서체를 바탕으로 만든 산세리프 서체로 캘리그라피의 부흥을 가져왔다.

 

에드워드 존스턴, 산세리프 서체

 

20세기 말에 와서는 수많은 캘리그라퍼들이 서체의 변화와 더불어 엄격히 제한된 가독성보다는 표현력을 중시한 붓 자국의 자유분방한 움직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렇게 표현된 글의 형식은 더욱 추상화되어가고 컨템퍼러리 회화나 고대의 필사본에서 보이는 것처럼 작품으로서 용해되어 간다. 최근에 주목받고 있는 작가로는 토마스 잉그미르(Thomas Ingmire), 브로디 노이엔슈반더(Brody Neuenschwander), 데니스 브라운(Denis Brown)이 있다.

미국 인디애나 출신 토마스 잉그미르는 1977년 영국 캘리그라피협회 SSI의 첫 외국인 회원으로 인정받았으며, 초기 작품에서는 전통적인 문자를 사용했지만 시와 문장에 따라 감정을 표현하는 작품을 제작한다. 근래 유럽, 북미 등에 이어 아시아 지역까지 강의를 폭넓게 하고 있다.

토마스 잉그미르, 2017

 

데니스 브라운, 2004

 

텍사스 출신인 브로디 노이엔 슈반더는 특히 새의 깃털을 많이 이용하는데, 아방가르드 영화감독 피터 그리너웨이(Peter Greenaway)와 협력하여 자신의 기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비디 오·설치·음악 등 다중언어와 소리와 레이저를 이용한 작품들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어와 아랍어 등에 대한 연구와 동서양 두 문화의 전통에 대한 이해로 글쓰기의 기원을 탐구하며 미래 사회 발전을 향해 노력하고 있다.

아일랜드 더블린 출신인 데니스 브라운은 전통과 혁신적인 현대 감각을 넘나드는 캘리그라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브로디 노이엔슈반더,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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