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강성(折江省) 항주(杭州) 중국미술학원 근처에는 중국 근현대화가의 대표적 인물 반천수(潘天壽)기념관이 있어 다녀왔습니다.
반천수(潘天壽, Pan Tianshou, 1897-1971)는 근래에 들어와 오창석(吳昌碩1844-1927), 제백석(齊白石 1863-1957), 황빈홍(黃賓虹1864-1955)과 함께 중국 근현대화단의 4대가(四大家) 중 한 사람으로 높이 평가되고 있는 인물입니다. 그의 그림은 멀리 서위(徐渭)·팔대산인(八大山人)·석도(石濤) 등의 화풍에 영향받고 가깝게는 오창석(吳昌碩)의 영향을 많이 받았습니다.
반천수가 활동했던 당시의 중국화단은 서양화의 유입으로 전통 문인화가 점차 쇠퇴해가던 시기였는데, 이런 상황에서 반천수는 굳건히 전통을 지키면서도 그 속에서 중국화의 창신(創新)을 이루고자 노력하였고 개성이 넘치고 독창적인 회화 형식을 창출함으로써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표출해 냅니다.
연구자의 글을 옮기자면,
특히 그의 ‘화조 산수화’는 실경사생(實景寫生)을 통하여 터득한 창작 회화형식으로서 화조화와 산수화의 융합이자 전통 중국화의 회화범주를 과감히 깨뜨린 창신(創新)의 시도라 할 수 있다. 또한 그의 자연미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현대적 예술 정신이 깃들어 있다. 반천수의 ‘화조 산수화’ 작품의 특징은 첫째, 서예의 필법을 응용한 강기골의 운필로 필선이 강하고 기세가 넘치며 독창적인 구도를 가지고 있다. 둘째, 실경사생을 통한 일각식(一角式) 근경산수(近景山水)를 구현하여 현장감 넘치는 화면을 만들어 내었다. 셋째, 화면을 집중시키는 반공석(潘公石)을 과감하게 배치하여 화면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들었다. 넷째, 화면의 네 면을 모두 에워싸는 사면 포위식(四面包圍式) 구도는 그림 속에 또 다른 여백의 공간을 만들어내어 그려진 경물들과 강한 대비를 이루며 허실 상생(虛實相生)의미를 보여주고 있다.
반천수는 1966년부터 10년간 행해졌던 문화대혁명 시기에 1966년부터 3년간 외양간에 감금되었고, 1969년 호송되는 중에 담배껍질 뒷 면에 마지막 시를 남겼습니다.
莫此籠縶狹, 心如天地寬。是非在羅織, 自古有沉冤
우리 안에 갇혀 있지 마십시오. 마음은 세상만큼 넓습니다. 시비는 역사의 구조로 짜여져 있으며, 오랫동안 쌓인 억울함이 있구나.
그리고 결국 병을 얻어 1971년 세상을 떠납니다.
그는 붓대신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리는 지두화(指頭畵)로도 유명한데, 이번 반천수기념관에서도 지두화를 많이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림에 화제가 뛰어난 화가, 반천수가 문화혁명때 위기를 겪지 않았다면 그의 그림이 어떻게 변했을까 생각해보면 아쉬움이 많이 남네요. 이번 전시를 통해 개인적으로는 오창석, 제백석을 뛰어넘는 중국 근현대화가의 최고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전시 및 행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글 캘리그라피 전시 (6) | 2024.10.08 |
---|---|
남정 최정균 탄생 100주년 기념전 : 싹 (0) | 2024.04.14 |
영화 파묘에 숨겨진 히스토리 (0) | 2024.03.04 |
대붓 퍼포먼스 의상 "쾌자" (0) | 2024.01.10 |
경북행복재단 캘리그라피 특강 (0) | 2022.12.09 |